등나무(藤) by 투명장미


초여름에 연보라색 가지런한 포도송이 같은 꽃을 피우는 등나무가 겨울을 이렇게 나는 줄 처음 알았다. 꽃도 피지 않고 잎도 없는 겨울에 그 나무를 유심히 보았는데 가지는 꽃송이와 도무지 연관지을 수 없을 만큼 생김새가 다르다. 마치 잭슨 폴록의 회화같은 혼란스런 저 줄기에서 가지런한 잎과 꽃이 피어나는 것을 올해는 봄부터 눈여겨 볼테다.
아무리 봐도 내 지능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가지생성의 원리...미친 것 같은 엉킴에도 법칙은 존재할텐데 찾아낼 수가 없다. 생긴대로 살아가겠지..오랜시간 저렇게 살아왔으니..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등나무 나라에 가면 그들만의 법칙에 따른 등급이 있을 것이다. 서로 이렇게 말한다. "바르게 잘 사셨군요."


콩과의 낙엽 덩굴성 식물 줄기 길이가 10미터 정도이고 마디가 있다. 잎은 길이가 4~8미터이고 달걀 양의 타원형 끝에 덩굴손이 있어 다른 물건을 감아올라 간다. 여름에 자주색의 잔꽃이 총상 꽃차례를 이루는데 수꽃이 길다. 열매는 협과를 맺는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의 관계다. 갈(葛)은 칡, 등(藤)은 등나무를 뜻한다. 칡과 등나무는 같은 장소에서 자라게 될 경우 서로를 감고 올라가면서 엉키고 꼬인다. 서로 달라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공격하듯 생존 경쟁을 벌인다.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 즉 갈등을 이처럼 단적인 비유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덧글

  • 잠자는코알라 2010/02/02 23:02 # 답글

    저도 갈등이 그런뜻인줄 처음 알았을때 너무도 직관적이어서 인상깊었어요. 생각해보니 등나무는 정말 제가 모르는 사이에 꽃을 피우더라고요 언제나.. 저도 이번 봄에는 지켜봐야겠습니다 :)
  • 투명장미 2010/02/02 23:05 #

    저 질긴 가지로 가구도 만들고 소품도 만든다는데 저렇게 갈등스러울 수가..!!
    꽃이 하도 가지런해서 전체 골격을 항상 놓쳤나 봅니다.
  • essen2 2010/02/03 00:07 # 답글

    이건뭐, 삼뷁년은 빗지않은 머리칼을 연상케 하는군효.
  • 투명장미 2010/02/03 11:32 #

    영하 십 몇도의 정월초하룻날 저걸 보는데 약간의 심란이 찾아오더군요. 미틴듯한 저 엉킴에서 자유! 자유!!가 느껴지지 않습네까 동무(님)
  • essen2 2010/02/03 12:36 #

    아앗, 반가워라, 장미님 저랑 동무해주시겠어효.
    으아~수지 맞았어효.
  • 투명장미 2010/02/03 18:43 #

    니북에선아무나다동뭅네다동무
  • 강우 2010/02/03 01:01 # 답글

    자고 일어난 제 머리카락 같네요. 반곱슬은 참 힘듭니다 ㅠ.ㅠ
  • 투명장미 2010/02/03 11:34 #

    야성미가 펄펄 넘치는..구부러지기도 하고 엉키기도 해서 복잡한 구도를 갖더군요.
    반곱슬이시면 드라이만 잘하면 아주 멋진 볼륨감을 연출하실수 있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강우님.
  • 홈요리튜나 2010/02/03 12:03 # 답글

    작얽히고 섥혀 이어진 듯한 모습이 네트워크같네요
    경쟁하며 상생하며...경쟁하지 않으면 평행선으로 서로 엉켜 만날 일이 없겠죠ㅎㅎ
  • 투명장미 2010/02/03 17:46 #

    아래서 보니 하늘에 황칠한 것 같았습니다. 등나무는 가지 형제끼리 많이 싸우면서 자라나봐요.
  • 도시애들 2010/02/03 12:59 # 답글

    길게 느러진 보라색의 등나무꽃...
    정말 멋지지요...그러나 그건 숲이어요..
    정말 접사를 해서 안을 들여다 보면..
    꽃 한송이는 너무 아름답담니다.
    기다려 지네요...꽃피는 봄이..ㅎㅎㅎㅎ
  • 투명장미 2010/02/03 17:49 #

    오늘 영하 12도던데..요즘 날씨가 하도 변화가 심해서...봄이 오는가 하다가 다시 추워집니다. 그래도 봄은 오고 있더군요. 잠실쪽에서 목련 봉오리의 솜털을 봤습니다.
    올핸 등나무꽃을 자세히 봐야겠어요.
  • 카이º 2010/02/03 15:03 # 답글

    꼬불꼬불 되어 있어서 저 위로 눈이 쌓이는걸 보면 신기해요 ㅎㅎ
  • 투명장미 2010/02/03 17:56 #

    고등학교 때 교정에 등나무가 많았는데 그 그늘아래 앉아있으면 큰 등나무벌레가 뚝뚝 떨어져 소리지르며 도망갔던 기억이 납니다. 으윽
  • 문디사과 2010/02/03 23:22 # 답글

    어릴 때 등나무 가지를 땅에다 꼽기만 했습니다.
    등나무가 자라서 하늘을 덮었습니다.
    이것 도술아닌가요?
  • 투명장미 2010/02/04 14:17 #

    그 나무 아래서 문디사과님이 도술을 부렸습니까..그리고 모래를 나무에다 휙 뿌리자 보라색 등꽃이 피어났습니다. 등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고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불었지요?
  • 문디사과 2010/02/04 23:26 #

    학처럼 한쪽 다리를 들고 피리를 불자
    피리소리에 마을의 쥐와 아이들이 모두 따라 나섰다.
    그후로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언젠가 장미가 만발한 동네언덕에 피리부는 사나이가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쥐들의 소란을 함께 가져 갈 것이다.
  • 투명장미 2010/02/05 05:26 #

    등은 그늘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나무처럼 그렇게 하늘을 뒤덮습니다.

    학처럼 서서 피리를 부는 것은 도술을 부리기 위한 자세인가요. ㅎㅎㅎ
    어떤 곡조였길래 모두가 따라나섰는지 궁금합니다.센세
  • 문디사과 2010/02/06 01:05 #

    Jethro Tull의 Elergy
  • 문디사과 2010/02/06 01:06 #

    피리를 불까 무섭지요.
    그러나 듣고 싶어 미칠걸요.
  • 투명장미 2010/02/06 05:37 #

    悲歌를 듣고도 따라나설 만큼 그 동네는 더 힘들었던 것일까요
    노래하나로 세상을 구한 사과님의 도술.
    사람들을 이끌고 가겠다는 나와바리경영자의 의지가 피리를 통해 전달된듯...폭력보다 더 센..
    아름다운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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