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2010) by 투명장미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장으로 나누어진 4계절의 이야기로 마치 인생의 여정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봄이 전부인, 여름이 전부인, 가을이 전부인, 겨울이 전부인 인생이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안인지도 모른다. 계절 마다의 할 일이 있고 기다리지 않아도 새 계절이 시작된다는 것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다가 행복 끝, 고생 시작이라는 인생의 음영이다. 각 계절 마다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그 음영의 입체성이다. 주말 텃밭을 가꾸는 주인공 톰과 제리는 계절에 순응하며 햇빛에 감사하며 옷에 흙을 묻히고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부부다. 그들 주변의 그들이 돌보고 가꾸는 사람들이 톰과 제리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그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공간을 나누며 이야기로 음식으로 가정의 따듯함으로 그들을 위로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행복을 겉도는 불행'이라고 표현했다. "연민은 쉽게 지친다. ...불행은 늘 행복에게 이끌려 그 주위를 맴돌지만, 행복은 그저 잠시 연민을 보일 뿐, 결국 불행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톰과 제리의 마음 밑바닥에는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연민이 깔려있어 아무런 대가 없이 그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준다.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메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메리의 어수선함과 호들갑과 정서불안정은 제리의 차분한 냉정함과 상반되지만 외로운 메리에게 제리는 언제나 따뜻하다. 정작 메리가 그 집에 호감을 갖고 드나든 것은 톰의 아들 조에 대한 이끌림 때문이었으며 그것은 톰과 톰의 형 로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메리는 어처구니 없게도 제리에 대한 우정이나 동료애 때문이 아니라 결국 조 때문에 그집을 드나들었던 것이다. 과분한 제리의 인정과 사랑은 메리의 배신으로 되돌아온다. 조를 유혹하려는 메리의 몸짓은 늙어가는 자신을 부인하는 안타깝고도 서글픈 몸부림이다. 혹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와 절망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 살고싶은 불가능에 대한 끈질김이다. 메리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녀의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그녀는 늙어가고 젊고 잘생긴 남자들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그녀는 절망에게 허우적거리며 술을 마신다. 그리고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간다. 영화의 중반까지 톰과 제리, 톰과 제리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 메리와 켄과 조의 서술이 이어지다가 조에게 케이트라는 애인이 등장하면서 위기로 치닫는다. 밝았던 메리의 얼굴은 어둡고 질투에 찬 침울함으로 채색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꾸는 여자.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 외모만 중시하는 허영에 들뜬 여자. 메리의 문제점. 켄의 문제점.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모든 문제는 야기되고 늙음을 인정하고 밭에서 나는 소산을 위해 흙을 만지고 옷에 흙을 묻히고 하루를 감사하는 톰과 제리는 현실을 받아들이 듯이 죽음을 준비할 힘도 갖게 된다. 메리의 탁월한 연기. 우울과 슬픔이 두툼하게 바탕이 되고 우스꽝스럽고 안타까움으로 한숨 쉬게 하는 명작이다.







덧글

  • 문디사과 2011/06/04 21:25 # 답글

    톰과 제리
    항상 제리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아 여기에서도 그렇게 되는군요.
  • 투명장미 2011/06/05 07:16 #

    만화영화 톰과 제리는 피와 살점이 표현되지 않은 폭력잔혹극.
    이 영화에선 메리가 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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